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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더컷] 배트맨v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확장판 관람 후기문화생활 후기 2021. 3. 29. 11:59
BATMAN v SUPERMAN DWAN OF JUSTICE. ULTIMATE EDITION
배트맨v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감독판을 보고 새롭게 알게 된 것.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을 관람하고 나서, DCEU에 대한 흥미가 생겨나 배트맨v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감독판(기존 2시간 30분이었던 극장판에 30분이 추가된 것)을 관람했다. 2016년 당시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는데,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에서 보여준 잭 스나이더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나서, 30분의 추가 장면으로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보충된 감독판을 보니까 완전히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브루스 웨인의 꿈.
렉스 루터의 자료를 빼내는데 성공한 브루스 웨인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동안 잠시 꿈을 꾼다. 황폐화된 세상, 의문의 외계 종족들, 외계 종족과 협력하는 인간들, 배트맨의 저항, 악의 편이 되어버린 슈퍼맨, 꿈에서 깨어나자 미래에서 온 '플래시'가 로이스가 열쇠라며 외친다.
이 모든 게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이 장면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화해 장면만큼이나 뜬금없는 장면으로 사람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그런데,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을 보고 나니 이 장면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슈퍼맨을 되살릴 때 사이보그가 본 미래와 스테픈 울프와의 결전을 끝낸 배트맨이 꾸는 꿈은 앞으로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를 보여주는 예지몽이었던 것이다.
MCU가 작품 하나하나마다 캐릭터들에게 탄탄하게 서사를 제공하며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을 때, 뒤늦게 출발한 DCEU는 여러모로 초조했을 것이다. 슈퍼맨, 배트맨 등의 인지도 높은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때, 슈퍼맨과 배트맨이 맞붙는다는 본격적인 전개로 만회하고 싶었겠지만 쉽지 않았다.
브루스 웨인이 꾸는 꿈 역시 앞으로 다크사이드가 나타나 인류를 공격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만, 이 장면에 대한 서사가 부족했기에 개봉 당시에는 '배트맨이 슈퍼맨을 경계하고 있다.'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플래시라는 캐릭터가 시공을 초월할 정도로 빨리 달릴 수 있다는 능력을 설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으니 뜬금없이 느껴질 수밖에...
-배트맨과 슈퍼맨의 갈등.
슈퍼맨은 '맨 오브 스틸'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알려진다. 막강한 힘과 능력을 갖고 있는 그의 존재를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동시에 새로운 위협으로 받아들이며 그를 쫓아내려는 사람들도 있다. 슈퍼맨은 오랫동안 지구에서 살아오면서 선한 의지를 갖고 사람들을 위해 희생할 의지를 갖고 있지만, 사람들이 온전히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처 받는다. 그를 모함하는 세력도 생기고, 자신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는 일이 생기기도 하니 자신의 행동에 회의를 느낀다.
배트맨은 어릴 때 무력하게 자신의 부모를 잃은 경험 그리고, 20년 동안 배트맨으로 활동하며 겪은 동료의 죽음과 악의 존재를 통해 슈퍼맨의 능력은 언제든지 악으로 변할 수 있는 경계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보면, 배트맨과 슈퍼맨의 갈등은 성선설과 성악설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다. 절대적인 힘과 함께 착한 의도를 갖고 있었지만 혼탁한 세상의 시선과 모략에 의해서 상처입는 슈퍼맨은 성선설을 의미하고, 모든 존재를 원래 악하다며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트맨은 성악설을 의미한다. 그 둘의 대립은 슈퍼맨의 절대적인 약점을 이용한 배트맨의 승리로 끝나는가 싶었으나 배트맨의 가장 큰 트라우마인 부모님의 죽음을 자극하는 '슈퍼맨의 한마디'에 갈등은 너무나 쉽게 해소된다. 클락 켄트를 키운 어머니의 이름과 브루스 웨인의 어머니의 이름이 왜 하필 같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적어도 슈퍼맨 역시 신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으로 배트맨의 가치관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둘의 갈등을 부추기며 상황을 주도했던 렉스 루터를 저지하기 위해 둠스데이와 싸운다.
이렇게 보면, 배트맨v슈퍼맨은 MCU와 달리 훨씬 더 무게감 있는 분위기로 차별화를 두려고 했으나, 워너 브라더스의 지나친 개입과 감독 잭 스나이더의 비극적인 개인사 때문에 중간에 좌초되었다. 조스 웨던이 마무리 지은 저스티스 리그는 유치한 영웅물로 전락해 버렸고, '수어사이드 스쿼드' '아쿠아맨' '원더우먼'은 저마다 편차 심한 완성도를 보여주며 혹평과 호평이 갈리며 DCEU라는 브랜드에 의문을 갖게 했다.
팬들의 성원에 따라 겨우 다시 보여준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은 원래 DCEU가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MCU에 타노스의 핑거 스냅이 있다면, DCEU에는 다크사이드의 반생명 방정식이 있다. 브루스 웨인의 꿈 속에서 보여준 황폐한 미래의 모습은 잭 스나이더가 앞으로 보여주길 꿈꾸던 DCEU의 세계관이었으나, DCEU 자체가 황폐화되어버린 상황이다. 이제 더 이상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문화생활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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