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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수의견.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니며, 인물은 실존하지 않습니다."
    문화생활 후기 2021. 4. 1. 00:38


    넷플릭스에서 뒤늦게 소수의견을 보았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2015년에 나온 영화로 극장에 개봉하기까지 수많은 난항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영화는 2009년 서울 용산에서 발생한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 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한 영화이며 매우 사실적이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용산 참사는 다들 알다시피 매우 민감한 소재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그 사고로 인해 사람들이 죽고 다친 것에 대한 책임에 있어 판결과 뒷이야기가 너무나 씁쓸했기 때문이다.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곤 한다. 피해자들은 되려 법에 의해 처벌받고,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의 책임은 희미해졌다. 그리고, 그 결정적인 책임자였던 사람 중 한 명은 이후 국회의원이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지금 시장에 재도전하고 있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정치적 공세에 의해 가끔은 조용히 가끔은 소란스럽게 묻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견'이라는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다시 그 참사가 재조명 받도록 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와 의지가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대담하고도 무모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조연은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정도로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는 배우들로 채워져 있다. 촛불에 의해 정권이 바뀌었을 때, 뒤늦게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배우와 감독들이 억지스런(한편으로는 그들에게는 매우 민감했을) 이유로 기재되어 있었다.

    배우를 포함한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제작진들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앞으로 어떤 불이익을 겪게 될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기어코 만들어졌다. 개봉하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더 걸렸고, 흥행도 기대만큼 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다시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가 시작할 때는 검은 화면과 하얀 글씨로 '이 영화의 사건은 실화가 아니며, 인물은 실존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누가 봐도 용산 참사 그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데도 이런 문구를 넣다니,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며, 일부는 허구입니다.'라고 했을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하듯이 영화 스스로 의미를 부정함으로서 오히려 이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의 상황을 설명하고 그 의의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 어차피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앞으로 어떤 결말이 나올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 스스로 자신을 부정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시작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 사건 자체가 아닌 그 사건을 둘러싼 상황 자체를 다시 인지하게 되면서 금방 수긍하게 된다.

    '그래, 원래 이런 세상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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