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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 후기] '우아한 가난의 시대'를 읽고.
    문화생활 후기 2021. 3. 9. 18:14

     


    우아한 가난의 시대.

    2021년 2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SNS 클럽하우스에서 서성이다가 우연히 '우아한 가난의 시대'라고 하는 제목의 대화방에 들어갔다. 그 대화방을 만든 '모더레이터(진행자)'는 '우아한 가난의 시대'라는 책을 읽고 모두와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대화방을 만들었다고 말했고, 나를 비롯한 대화방의 참여자들은 요즘 시대의 가난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각자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었다. 대화방이 종료된 후 나는 이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우아한 가난. '우아하다'와 '가난'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반된 두 단어가 조합되어 있다. 경기침체, 팬더믹, 양극화, 고령화, 저출산 등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 속에서 가난을 무려 우아하다고 수식하다니. 분명 이 표현에 대해서 불쾌감을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실제 이 에세이집의 서문 역시 이런 불쾌감에 대한 우려와 걱정으로 시작된다.

    우아한 가난이라는 말이 얼마나 설득력 또는 공감대를 가질까? 글쓴이는 자신의 삶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지금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본문에는 글쓴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겪은 이런저런 일들, 생활 방식, 만난 사람들 등 자신의 삶에 대한 에세이가 펼쳐지는데, SNS에서 볼 수 있는 자신의 일상사를 글로 길게 풀어놓은 느낌이었다.

    글쓴이의 생각과 경험의 바탕이 되는 예전 직업은 유명인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해외여행을 하고, 다양한 신제품을 직접 체험해보는 등 가난과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심리적 표현으로써의 가난에 가까운데, 그렇게 쌓은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삶에 대한 자세를 '우아한' 가난이라고 수식하는 것은 박완서 님의 '도둑맞은 가난'이라는 책을 연상시킨다.

    '가난'이라는 프레임은 쉽게 정의할 수 없으며, 비유적 표현으로서의 가난이든, 실제로 궁핍한 가난이든, 심리적 가는이든, 상대적인 가난이든 개인의 삶을 표현하는데 있어 다양한 기준이 있기 마련이고,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이자 역린이 될 수 있는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자적인 삶의 기준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가난'이라는 단어를 인용했지만, 가난이 가지는 그 무게를 받아내기엔 한 사람의 인생으로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역부족했다.

    만약 이 책의 제목이 '우아한 가난의 시대'가 아니었다면 전혀 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책의 발간의 계기가 된 그 에세이는 이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만약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만큼의 관심은 받지 못했고, 나 역시 이 책을 구입해서 읽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의 끝에는 오찬호 님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변화하는 시대 속 가난의 개념'에 대해 해제가 있다. 모두가 가난했고, 열심히 하면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각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살아가고 있다. 변해 버린 시대상 속에서 '가난하지만 우아하게' 살아가는 주체적인 삶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이 책의 본문은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하나의 예가 될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 설득력은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차라리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환경 속에서 다양한 '우아한 가난'의 자세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독자적인 관점과 자세'를 다루는 책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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