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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 후기] 인셀 테러 MEN WHO HATE WOMEN.
    문화생활 후기 2024. 1. 14. 23:49

    작년말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큰 논란이 되었던 🤏 사건은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으로 논란이 이어져 오고 있는데, 어느샌가 ‘인셀’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중에 ’인셀 테러‘라는 논란이 될 법한 책을 읽었습니다.

    ‘비자발적 독신주의자’라는 뜻을 가진 ‘인셀’이라는 단어는 특정 남성을 매우 자극하는 단어입니다. 그것도 그럴 게 이 단어가 지칭하는 특정 남성 들이 일으키는 사건 사고 들에 대한 사회적 심각성을 먼저 인식하기 시작한 곳이 바로 저 바다 건너 미국이었으니까요.

    젊은 백인 남성 들이 자신의 전무한 연애 경험이나 사회적 소외감을 이유로 일으킨 총기 난사 사건이 한 둘이 아닙니다. 단순히 몇몇 괴짜나 외톨이의 문제로 인식하기에는, 이미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인셀 문화가 뿌리 깊고 널리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는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을 ‘매노스피어(Manospere)’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인셀 테러‘라는 인상 깊으면서도 간결한 제목인데, 원제는 ‘MEN WHO HATE WOMEN’ ‘여성들을 증오하는 남자들’ 즉, ’여성혐오자‘입니다.

    이 책에서는 여성혐오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작가 스스로 직접 그 커뮤니티 사이트 속으로 들어가서 목격하고 다양한 방식의 여성 혐오를 직접 분석한 내용을 하나하나 그려내고 있습니다.

    총기 난사를 일으킨 인셀들, 여성을 하나의 사냥감으로 인식하는 사고 방식을 전파는 픽업 아티스트,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따라 아예 사회적 관계를 끊어내는 믹타우, 여성 혐오를 이용해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유명인들 그리고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정치인들 등등…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생한 다양한 젠더갈등 사례 들이 연상됩니다. 미국처럼 총기 난사까지 이어지지는 않지만 그와 비슷한 극단적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고,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형성되는 매노스피어는 ’코리안 인셀 스타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만의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형성된 독자적 특성을 갖고 있거든요.

    그 중의 일부는 미국의 인셀 문화를 벤치마킹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성 혐오를 재구성하고 있는 것들도 보여요.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흔히 보이는 구호인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다.‘에 앞서 훨씬 이전에 미국에서는 ‘페미니즘은 암이다. (FEMINISM IS CANCER.)라는 문구가 있었으니까요.

    이 책은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를 다른 테러리즘이나 기타 극단주의처럼 사회 정치적으로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며,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 기업 등 모두가 자성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젠더갈등을 하나의 이념 전쟁이자 기싸움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주장은 충분히 긁.혀.서. 반발만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뻔한 일이지만요.

    이런 모습은 여성혐오와 같은 젠더 갈등 뿐만 아니라, 더 넓게 봐서 인터넷에서 형성되는 ’집단 확증 편향‘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쪽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셀 속에 극단적 범죄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페미니즘 속에도 래디컬 페미니즘과 같은 극단주의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인터넷 알고리즘과 파편화된 개개인에 의한 현대 사회의 모습은 전통적인 사회 관습과 분위기 속에서 누구나 쉽게 고립되고, 그 마음을 극단적으로 이끌게 만드는 치밀한 구조와 시스템이 인터넷에 수두룩합니다.

    이것은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디 이 심각성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칫하면, 인터넷에서 날뛰는 적지 않은 인셀들처럼 스스로 ‘빨간 약’을 먹었다며 각성하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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