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과연 이런 곳에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지만, 그래도 한 번 쯤은 가보는 게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너무나 늦게 찾아 온 것일 수도 있고...
상담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너무나 막연했는데, 막상 상담의 앞에 앉아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부터 시작해서 나의 고민, 지금까지의 직장생활, 학교생활, 가족관계 등 삶에 대해서 하나하나 털어놓다 보니 어느사이에 50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까지 내가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의 인생에 대해서 이렇게나 자세히 말한 적이 있었던가?
간단한 말로도 대화를 이끌어가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나 소중한 거구나.
지금까지 사람을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침울해져 있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일주일치의 항우울제를 처방받고, 상담료까지 포함해서 비용은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았다.
건물을 나서니 세상은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였지만, 뭔가 한결 더 나아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울증 치료제를 먹어보았다. 원래 처음 먹었을 때는 약간의 거부 반응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던데, 역시나 속이 좀 쓰렸다. 과연 약효가 얼마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이 작은 약으로 인위적으로 조절한다니...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