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되면 완전히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최근 이 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허지웅 님 아닐까?
오랫동안 잡지 기자, 블로거, 방송인 등으로 활동하면서 보여준 특유의 거침없고 직설적인 화법이나 문체는 그만큼 호불호를 극단적으로 나뉘었는데 그게 허지웅 님의 가장 매력적인 특징이었다.
그런데, 2018년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고 활동을 중지한 채 투병 생활을 하고 기적적으로 극복했는데, 이 이후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투적이었던 문체는 매우 유(柔)해져서,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논점과 실체를 명쾌하게 지적하고 그것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도 설득력 있게 풀어내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마치, 투병전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식의 격투가 스타일이었다면, 지금은 태극권 스타일이다.
이번 '최소한의 이웃'이라는 산문집도 다소 지극히 현실적이거나 염세주의적이던 개인주의적이었던 시야에서 벗어나 지금은 희미해지고 어색해진 '이웃'이라는 공동체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사회에서 무엇을 잊고 있으며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풀어내는 글들은 그렇게 길지도 않게 짧고 담백하게 담겨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게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허지웅 님의 팔에는 체게바라의 명언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품자'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고 한다.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간에, 현실을 직시하되 무엇을 지향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자세다.
언제는 안 그런 적이 없었겠냐만은 유난히 힘든 요즘, 모두가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며 서로를 최소한의 이웃으로 여기는 최선의 자세로 살아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