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살며시 고백 하나 하자면, 올해 초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최근 몇년간 줄곧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더 이상 가만히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약간의 용기와 함께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 받았다. 새끼 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약 한 알만 먹었을 뿐인데, 끝없는 나락 아래로 추락하는 것만 같았던 나의 마음이 안전 그물망에 걸린 것처럼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사회적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정신병의 존재를 알고도 모른척 하며 쉬쉬하던 때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야 정신병이라는 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자신과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적 편견과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는데 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에 읽은 리단 님의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라는 책은 리단 님이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정신병의 이야기를 매우 현실적이고도 깊이 있게 풀어낸 책이다. 자신의 정신병 증상과 경험, 치료 환경,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직접 드러내며 풀어낸다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와 자기 성찰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례를 정신병을 주제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풀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풀이하는 정신병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과 깊이 있고 방대한 해석을 읽고 있으면, 정신병을 조금이라도 경험한 사람들에겐 자신의 사례와 비교하며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고, 정신병의 존재가 아직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지금까지 갖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정신병이라는 존재는 외상과 같이 눈으로 직접 드러나는 것이 아니지만, 자살, 자해, 히키코모리, 묻지마 살인 등 다양한 통계 자료나 뉴스를 통해 정신병의 존재를 직간접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단순히 극단적인 개인의 사례로 치부하고 손놓고 있기에는 지금까지 안타까운 사례가 너무나 많았다.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이 책의 자조적인 제목처럼 정신병의 존재를 다른 세상처럼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가까이 존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은 정신병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이 책은 그런 변화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