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스나이더 감독의 신작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 2004)'로 데뷔했는데, 달리는 좀비라는 새로운 개념의 좀비는 영화 '28일 후'와 더불어 좀비 영화계에 새로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죠.
이후, '300', '신 시티', '왓치맨' 등 잔인할 때는 확실히 잔인하고, 화끈한 액션, 슬로우 모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상미와 인상적인 연출 등을 통해 자신만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데 성공한 그가 '아미 오브 더 데드'라는 제목의 좀비 영화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수많은 영화 팬들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폐쇄 공간이 되어버린 라스 베이거스. 그곳은 기존의 느릿느릿한 좀비와 달리 신체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지녀 날렵하게 움직이며 지능적으로 행동하는 알파 좀비 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하 금고에 보관되어 있는 막대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 잠입한 소수 정예의 주인공 일행들은 핵미사일이 발사되기 전까지 복귀해야 한다는 매우 흥미진진한 줄거리의 영화였고, 예고편도 매우 강렬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막상 공개되고 나니 사람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블록버스터다운 막대한 물량, 새로운 세계관, 믿고 보는 감독의 연출 능력... 그런데 하필이면 한국 관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신파'가 영화 중심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도 좀비 영화에 한 명 정도는 등장하는 민폐 캐릭터가 그 신파의 중심입니다.
사람들은 '아미 오브 더 데드'를 보기 전에 잔인하면서도 화끈한 연출과 좀비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일행들의 긴장감, 공포를 기대하고 있었을텐데, 정작 주인공 스콧 워드(데이브 바티스타)와 그의 딸 케이트의 갈등이 줄거리에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아미 오브 더 데드는 공개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상당한 혹평을 받고있는 중이죠.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할 것은, 바로 잭 스나이더의 비극적인 가족사입니다.
2017년 잭 스나이더가 감독을 맡은 '저스티스 리그'가 한창 촬영 진행 중일 때 그의 딸 '어텀 스나이더'는 20세의 어린 나이로 자살을 했습니다. 그 충격으로 인해 잭 스나이더는 저스티스 리그 감독에서 하차하고, 조스 웨든이 감독직을 맡아 완성시켰는데, 알다시피 조스 웨든이 만든 저스티스 리그는 기존 DCEU가 추구하던 진중함은 사라지고 이도저도 아닌 가벼운 연출로 혹평을 받았죠. 이후 우여곡절 끝에 2021년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이 뒤늦게 공개됨으로서 그가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세계관과 연출이 다시 인정받으며 만회하는데 성공하긴 했습니다.
'아미 오브 더 데드'가 혹평받는 신파적 요소는 잭 스나이더의 비극적인 가족사와 일치합니다. 즉, 잭 스나이더는 주인공 '스콧(데이브 바티스타)'이고, 딸 어텀 스나이더는 '케이트'에 대입됩니다.
소원해진 부녀 사이의 관계, 독자적으로 결정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딸의 선택, 딸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게 되는 아버지. 영화 속의 이런 모습을 통해 잭 스나이더는 자신의 딸이 비극적인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죄책감을 극복하고 영화 속에서나마 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것이 자신의 영화가 혹평을 받게 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더라도 말입니다.
영화 제작 중에 벌어지는 제작사와 감독, 배우, 제작진들 사이의 신경전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하던데, 나 역시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가 영화를 총괄하는 감독의 개인사가 반영된 줄거리로 인해 혹평을 받는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관객들은 감독의 비극적인 개인사를 잘 알고 있고 공감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기대하고 있던 작품의 재미까지 훼손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넘길 수는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