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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드라마+소설' 후기.문화생활 후기 2020. 10. 11. 15:28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하던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았을 때 솔직히 매우 당혹스러웠다. 재미가 없었다. 내용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 6부작으로 매 에피소드당 1시간도 되지 않은 짧은 분량 동안, 내용 전개는 불친절하게도 이야기 전개는 띄엄띄엄 진행되면서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 알 수 가 없었다. 마지막화까지 본다면 그런 의문을 한 번에 해소할 큰 한방이 있을 줄 알았지만, 끝까지 그런 것은 없었고 수많은 의문만 남긴채 '보건교사 안은영'은 끝났다.
그런데도 어디에서는 극찬을 하는 분위기도 있어서, 그냥 호불호가 강한 드라마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고 하더라. 본전 생각이 나기도 해서, 원작 소설을 구입해서 읽어 보았다. 소설까지 다 읽고 나니, 이제서야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이 다시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와 소설이 그리고 있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판타지다. 학교를 주무대로 해서 펼쳐지는 오컬트 판타지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냥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면 드라마와 같은 오해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사화를 선택함으로서 펼쳐지는 '안은영 월드'의 세계관은 사람에 따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평범한 학교일지도 모르지만, 학교를 돌아다니는 정체불명의 '오리'들과 학생들이 고분고분하게 잘 따라하는 '내 몸이 좋아진다 체조' 등 현실적인 학교 속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상황은 마치 불쾌한 골짜기를 보는 것 같이 미묘한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거기에 불친절한 내용 전개와 설정까지 이어지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소설에서는 이런 세계관에 대한 설명과 인물들의 생각이 기본적으로 충분히 설명되어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과감히 생략되어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다. 그 대신, 높은 CG기술력으로 구현된 젤리들과 괴물들, 등 연출력으로 그것을 커버함과 동시에 '안은영 월드'의 진입장벽을 더욱 높인다.
무지개 검과 비비탄총을 들고 젤리를 퇴치하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한다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전체 줄거리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컬트물'의 노선을 따라간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젤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은영이 가진 능력과 학교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다.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불친절함 조차 하나의 흥미 요소로 받아들여질테니 말이다.
이런 구성 자체가 사람들의 호불호를 가르는데, 이것도 충분히 의도된 설정이라고 본다. 안은영 월드의 세계관을 더욱 굳힘과 동시에 드라마를 보고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원작 소설을 찾아보도록 의도한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무엇보다 배우 캐스팅이 너무나 좋았다. 소설을 읽을 때 각 배우들의 이미지가 등장인물들에 생생하게 딱 맞아 떨어져서 매우 즐거웠다.
원작 소설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드라마에서 새롭게 추가된 설정과 에피소드까지 고려해 본다면, 앞으로 안은영 월드는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전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즌2가 나올지, 아니면 소설 속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문화생활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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