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2023년 신작 장편 소설. 1980년에 쓴 동명의 단편 소설을 확장해서 재창작한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4월 중순에 출간되었고, 한국어판은 오는 9월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iBooks에서도 바로 출간되어서 바로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가격이 약간 부담되고(3000엔) 내용이 꽤 긴 편이지만, 그래도 막 나온 일본의 신간을 바로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문명의 발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소설 제목에 있는 ‘街(まち)’는 의외로 번역하기 까다로운 단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하나의 공동체와 같은 개념인데, ‘도시’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한 느낌이고, ‘마을’이나 ’동네‘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하다. 그렇다고 ’거리‘라고 하기에는 약간 핀트가 어긋난 느낌. 읽다보면 이게 어떤 개념인지 알 것이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주인공은 학생 시절 글쓰기 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한 살 아래의 여학생과 사귀게 된다. 그 여학생과의 각별한 관계를 이어나가던 중, 어느날 그녀는 ‘높고 견고한 불확실한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던 중, 그녀는 갑자기 사라지게 되고. 주인공은 그녀를 찾아 그 마을로 찾아가게 되는데.
커다란 벽돌로 만들어진 높고 견고한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문지기의 허락없이는 출입이 불가능 하고,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그림자를 떼어내고 눈에 상처를 입혀야 한다. 시침이 존재하지 않는 시계탑 건물에 있는 도서관에서 ‘꿈을 읽는 일’을 하게 된 주인공.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극적인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과 융화시켜 너무나 그럴듯하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소설이기에 풀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들, 이야기 속에 존재 하는 또다른 줄거리의 흡입력은 상당히 높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들어낸 이 불확실한 세계의 매력을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오래간만에 매우 재밌는 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