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책이 있어서 정말 오래간만에 종이책을 구입해 보았다. 제목은 '낀대세이'. '끼인 세대'를 뜻하는 '낀대'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70년대생과, 신세대로 자리잡은 90년대생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끼인 세대', 바로 나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홀리듯 책을 구입했다.
기성세대들이 매번 20대들을 X세대, 밀레니엄세대, 88만원 세대 등 이름을 붙이면서 규정하려고 하는 것은 기존의 기성세대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세대들에게 밀려나고 있음을 직감하고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몇년전에 나온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이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 역시,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서 도저히 알 수 없었던 90년대생들의 특성을 비교적 명확하고 통찰력 있게 분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90년대생 바로 위에 있는 80년대생은 어떨까? 한 때 21세기와 함께 성인을 맞이하고, 정치 사회적으로 중심이 될 것이라고 큰 기대를 받았지만 어느샌가 냉혹한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세대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책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국민학교로 입학해서 초등학교로 졸업하고, 486컴퓨터에서 스마트폰까지 모두 사용하고, 모뎀으로 하는 PC 통신과 5G까지 통신 기술의 발전을 모두 몸으로 체득했으며 한 때는 밀레니엄 세대로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어느샌가 90년대생에게 밀려나 슬슬 꼰대 소리도 듣게 된 세대. 내가 바로 80년대생이기 때문에 너무나 공감하며 읽었다. 김정훈 님의 글도 매우 맛깔나고 재밌고 센스있었는데, 이건 아무래도 같은 세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글쓴이의 경험담, 시대의 변화, 다양한 80년대 꼰대들의 사례, 지금 이 시대에 대한 짧은 사유과 통찰로 구성되어 있는데,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적절한 균형을 잡고 있다.
물론, 나도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거고, 후반에 김정훈 님이 말하듯 무조건 적으로 '세대론'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기성세대보다 더한 90년대생 꼰대도 있고, 90년대생보다 더 깨어 있는 기성세대도 있으니까.
중요한 것은 결국 자기자신이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80년대생도 낀대를 넘어 기성세대가 되고, 90년대생도 00년대생에 밀려 낀대가 될텐데 이런 혼란 속에서 분명히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은 바로 자기자신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