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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식의 흐름대로 글쓰기] 세상은 어떻게 흘러왔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일상 2021. 5. 2. 21:09

    방구석에서 2010년 경 구입해서 2013년까지 썼던 넷북(msi)을 찾아 호기심에 다시 한 번 전원케이블을 연결해서 재기동해보았다. 오랫동안 방전되어 있어서 작동이 안 될 법도 한데, 넷북은 마치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지난 8년간의 세월을 건너뛰어 오래간만에 공급받은 전력의 힘을 받아 과시라도 하듯이 요란한 소음을 내며 LCD모니터에 화면을 띄우기 시작했다.

    MSi 넷북.



    오래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 지원이 끝난 윈도우즈XP에서 윈도우즈 키와 E를 눌러 '내 컴퓨터'를 열어보니 그동안 내가 모아둔 수많은 폴더와 파일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의미 깊은 것은 그 당시 찍었던 사진들이었다. 지금과 달리 당시의 나는 옷은 커녕 외모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옷은 아무렇게나 입고 있었고 얼굴은 낮은 폰카메라의 화질 때문인지 유난히 더 지저분해 보였다(당연히 셀카를 많이 찍지도 않았다).

    당시 폴더폰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폰으로 찍은 사진을 넷북에 저장하는 과정 자체도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케이블로 연결해서 전송해야 한다는 매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지금 넷북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은 그만큼 지난 10년의 세월을 거쳐 살아남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2010년이라고 하면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되며 본격적인 스마트폰의 시대가 개막된 해이다. 아이폰의 출시를 통해 전세계의 모바일 시장과 전세계의 일상이 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할 때, 스마트폰이 지금과 같이 모든 사람들의 일상을 이렇게까지나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일상을 바꾸어 놓는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는 어떤 자세를 갖고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어플리케이션, 와이파이, SNS, 4G, 5G 등 새로운 모바일 디바이스와 IT기술이 어떻게 일상 속에서 자리잡고 활용하게 될지 그저 평범한 시민(?)이었던 나에게는 그저 미지의 세계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약간 과도한 지출을 통해 모바일 기기를 구입하는 것 뿐이었다.

    나의 첫 태블릿PC였던, 아이패드 1세대.



    스마트폰이 일상 속에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할 때, 시대의 변화를 눈치 챈 사람들은 그 흐름에 올인을 했고 카카오처럼 새롭게 급부상하며 한국의 일상 자체를 이끌어가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LG나 네이트온처럼 지난 세월의 영광을 잊지 못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며 고집을 피우다가 순식간에 밀려나버린 곳도 있었다.

    그렇게 세상은 서서히 재편되기 시작했다. 일상 생활 속의 모든 활동은 모바일을 통해 가능해졌고 생산성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활용을 촉구받았다. 사람들간의 소통과 교류도 SNS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었고, 커뮤니티 사이트 역시 성장하기 시작하며 정치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니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모든 것이 더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정보의 범람 속에서 교묘하게 조작된 가짜 정보로 사람을 선동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진짜 정보를 찾기 위한 사람들의 수고도 더욱 더 필요해졌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보고 싶은 사람들의 편협된 시각 속에서 확증편향과 혐오, 차별은 더욱 더 심각해져서 SNS의 사이버불링, 커뮤니티 사이트간의 대립 역시 일상화 되었다. 무엇보다 인터넷 상에서 형성되는 익명성과 금전 거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보이스피싱, N번방 사건 등의 신종 범죄는 편리해진 만큼 위험해진 기술력의 이면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빠르게 적응하기도 하고, 뒤늦게 따라가기도 했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갖게 된 지금 세상은 모바일로 재편성 완료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다. IMF에 접어들며 인터넷이 보급되었던 2000년대, 스마트폰이 한국에 서서히 자리잡던 2010년대,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IT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환경이 강조되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게 된 2020년대가 막 시작된 참이다.

    지금은 시대에 걸맞는 그럴듯한 물건들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할까? 일개 시민일 뿐인 내가 이 흐름을 감히 가늠할 수 없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동시에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실감이 반갑지 않게 된지 너무나 오래되었기 때문일까?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 부디 잘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의 내가 무사히 살아남아, 나의 사진들이 저장된 스마트폰과 클라우드를 다시 발견한다면 나는 또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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