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욱일기는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상징으로서 한국에서 특히나 매우 민감한 문제다.
지금까지 일본의 문화가 한국에 소개될 때 가장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것이 바로 욱일기인데, 비단 욱일기까지만 아니라고 하더라도, 욱일기와 비슷한 욱광형 디자인까지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수정하거나 철회해야 했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나 지나치고 과민하다는 내부의 지적이 있을 정도였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일본에선 한국의 반일감정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욱일기 논란은 최근 일본에서 선풍적인 흥행을 했던 '귀멸의 칼날'의 애니메이션이 한국에도 수입되면서, 주인공 탄지로의 욱일기 모양의 귀걸이가 수정되었다는 것에서 오히려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한국의 욱일기에 대한 반발감이 너무나 지나쳐서 원작을 훼손한 게 아니냐는 반발은 한국의 욱일기에 대한 반감보다 더 커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욱일기가 매번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일본인들이 욱일기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의 통치에서 벗어나게 된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은 일본에게 있어서는 패전일이지만, 일본은 현재 종전기념일로 존재한다. 이 날에는 일본 정치인들이나 유명인사들이 일제강점기와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일본의 조상을 모시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 일본의 총리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시선을 고려해서 직접으로 참배를 하지는 않지만,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냄으로서 참배를 대신한다.
2020년까지 총리를 역임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재임 시절, 매년 8월 15일이 되면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내다가, 총리에서 퇴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런 행동에 대한 외국의 비난에 대해서 일본인들은 그저 내부 간섭으로 치부해버린다. 자기가 자기네 조상을 기리겠다는데 그게 뭐가 나쁘냐는 것이다. 욱일기도 마찬가지로 일본의 전통 문화이자 역사의 상징일 뿐인데, 이 깃발로 자기 나라를 응원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며 한국이 너무 과민 반응 하는 것 아니냐고 적반하장 식으로 반발한다. 흔히 말하는 '일본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데, 한국은 유난히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라는 식으로 모든 상황의 원인과 결과를 해석해 버린다.
이런 태도는 일본의 역사 교육에 따른 인식차이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의 우익 계열 정치인들이 지금의 상황을 방치하다못해 되려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일본 내부의 단결과 지지율을 위해서 한일 갈등을 이용해오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것은 비단 일본만의 상황이 아니라 서로간의 적대적인 국가 감정을 이용해서 국민들의 관심사를 돌리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상황은 우리가 직접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해 한차례 연기되고 오는 7월에 개최될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외국인 관중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개최된 올림픽 경기 진행 중에 일본인들이 들어선 관중석 곳곳에서 일본인들의 응원 속에서 욱일기가 보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세계가 한자리에 모여서 스포츠 경기를 통해 경쟁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의의일텐데, 지금까지 대회가 진행되는 상황은 일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현재 일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인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욱일기의 존재 의미가 외국에서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은 일본만은 예외가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