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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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문화생활 후기 2021. 8. 23. 22:39
뜬금없이 살며시 고백 하나 하자면, 올해 초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최근 몇년간 줄곧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더 이상 가만히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약간의 용기와 함께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 받았다. 새끼 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약 한 알만 먹었을 뿐인데, 끝없는 나락 아래로 추락하는 것만 같았던 나의 마음이 안전 그물망에 걸린 것처럼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사회적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정신병의 존재를 알고도 모른척 하며 쉬쉬하던 때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야 정신병이라는 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자신과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존재를 인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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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무기력증]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 이유.정보 2021. 2. 16. 00:28
직장내 따돌림이나 가혹한 업무 강도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에 '그럴바에는 그냥 퇴사하고 말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열악한 환경에서는 심리적으로 고립되기 마련이고,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자체가 곧 자기자신이 되어버린다. 상황이 악화되어 번아웃이 오고, 꿈도 희망도 없는 하루하루 속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위험한데, 그런 상황 자체를 스스로 자각할 수 없으니, 당사자 곁에서 객관적으로 보고 바깥으로 이끌어내 줄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가장 먼저 진행되는 과정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조차 미치지 못하도록 외부로부터 고립되는 것이다. 더구나 그런 직장이 필사적인 노력을 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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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상담 후기문화생활 후기 2021. 2. 3. 22:28
큰 용기를 내고 정신과에 방문했다. 정신과는 의외로 매우 가까운 곳에 있어서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내가 과연 이런 곳에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지만, 그래도 한 번 쯤은 가보는 게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너무나 늦게 찾아 온 것일 수도 있고... 상담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너무나 막연했는데, 막상 상담의 앞에 앉아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부터 시작해서 나의 고민, 지금까지의 직장생활, 학교생활, 가족관계 등 삶에 대해서 하나하나 털어놓다 보니 어느사이에 50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까지 내가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의 인생에 대해서 이렇게나 자세히 말한 적이 있었던가? 간단한 말로도 대화를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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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무감증 (人生無感症) - 인생에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때트위터 2021. 1. 31. 19:00
인생무감증. 일상 속의 일, 인간관계, 감정, 감각 등에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것. 우울증이나, 조증, 번아웃, 무기력증처럼 몸과 마음이 극한의 상태에 치우치는 것과 다르게 이것은 말그대로 아무 것도 느끼지는 못하는 상태.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매순간순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당연히 느껴져야 할 반응이 사라진 상태라 할 수 있다. 마치, 고통은 커녕 자신에게 닿는 모든 것에 감각 자체가 사라진 살 덩어리가 된 것. 그렇다고 해서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전혀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무적 상태가 아니다. 우울증이 가만히 있어도 힘이 빠지고 고통이 느껴지는 신경통이라면, 인생무감증은 실제로는 멍들거나 살갗이 찢어지고 피가 나더라도 그것에 반응할 신경 세포 자체가 사라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