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를 맞이하고
면도를 하다가, 입 부근 아래쪽에 상처가 났다. 면도날이 무뎌져서 그런 걸까. 면도에 신경 쓴다고 한 번 더 면도를 하다가 살짝 따끔함을 느꼈을 때는 이미 일은 벌어지고 난 다음이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핏방울. 닦거나 물로 씻어도 피는 멎지 않고 계속해서 피부를 물들이기 시작한다. 서둘러 피를 멈추고 간단한 치료 작업을 하고 나서도 상처의 흔적은 오랫동안 신경 쓰이게 만든다. 요즘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그 상처조차 쉽게 아물지 않거나 흔적을 남긴다. 나의 몸을 보면 이런 사소한 상처가 몸에서 사라지지 않고 나의 일부가 된 채 일상을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몸도 그러한데 마음은 또 어떠할까.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젠 전부 지나간 일이라며 잘 극복했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사건사고들이 무심코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런 기억은 나의 마음 속에 상처를 남긴채 사라지지 않았다. 애써 내가 그것을 잊은 척 무시하고 싶을 뿐. 몸의 상처는 차라리 아물기라도 하지, 마음의 상처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 마음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게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고, 지금도 나를 괴롭히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지나간 일에 대해 반복해서 연연하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을 해치는 일이라는 것을 잊게 만든 채 말이지.
이렇게 새해를 맞이했다. 부디 모두에게 큰 일이 없고 평안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또다시 예상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벌어지겠지. 새해를 맞이해서 모두가 바라는 소원이 이 힘겨운 현실에 맞서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현실 앞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오히려 그렇기에 그런 소원의 힘을 믿고 싶은 무력한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때로는 믿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