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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니, 서울 공화국만 남았네.
    트위터 2022. 9. 6. 13:20


    2022년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지나갔다.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태풍의 규모가 역대급이고, 진로는 이제 아무 의미없다는 기상청의 소식이 들리자 사람들은 2003년 한국에 큰 상처를 남겼던 태풍 매미의 기억을 돌이켜보면서 많은 걱정을 했다.

    내가 있는 곳도 밤 사이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바람 소리가 요란했다. 아침에 일어나 태풍의 피해에 대해 알아보니 태풍의 피해가 컸던 곳은 제주와 영남 지역이었고 그외에 다른 지역은 큰 피해가 없거나 미비했다.

    문제는 이것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기상청이 역대적 구라를 쳤다던가, 태풍의 규모가 기상청에 의해 조작되었다던가, 태풍이 별거 아니었다는 등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있는 아주 꼴사나운 모습이었다.

    아직 태풍은 울릉도 지역을 지나가고 있는 중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사람들이 바라고 있었던 것은 태풍으로 인해 저번 8월에 있었던 수도권의 폭우 때처럼 도로가 물에 잠기거나, 매미 때처럼 거대 선박이 떠내려가고, 건물이 무너지는 등의 실질적인 피해가 있기를 바랬던 걸까. 만약 실제 피해가 있었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자신의 방구석이 태풍에 날아가지 않는 한, 마치 집에서 편하게 OTT로 재난 영화를 보듯이 중계하듯 떠들고 있었을 것이다. 일일이 상대해봤자 감정만 쓸데없이 소모될 뿐이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단순히 남일로 생각하는 공감능력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지역 격차에서 온다는 것에 있다.

    한국의 인구 절반 가까이가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어 사회 문화적 인프라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 중 하나는 수도권에서 지방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휴가철이 아니면 수도권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으면서 6시 내고향이나 1박 2일과 같은 방송을 통해 단편적인 이미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수도권과 지방 격차를 해소하고자 지방에 투자하려는 정부의 갖가지 정책들을 단순히 돈낭비라며 비판하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몇몇 범죄나 사건만 가지고 그 지역 사람들의 성질이 원래 그렇다면서 자신이 가진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렇게 집단으로 형성된 '선'은 '구역'이 되고, '하나의 '벽'이 되어버렸다. 태풍이 북상하고, 지진이 발생하고, 폭설이 내려도 결국은 벽 넘어의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자신의 위치를 잣대로 해서 무례한 발언을 일삼는다. 심지어 언론조차 재해를 다루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편향된 가치관을 드러낸다. 그게 무엇인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채.

    그런데, 반대로 수도권에 재난이 발생하면 어떨까?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지난 22년 8월 수도권의 폭우 때 어땠는지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대해 수도권의 중요성에 차이가 있고 그만큼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차별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차별은 합리화된다.

    재산, 학력, 거주지, 스펙 등으로 사람들의 급을 나누는 것은 현재 진행형이 아닌 과거 완료 진행형이다.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무관심, 조롱, 왜곡은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기란 쉽지 않다. 이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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